그녀의 남자여서 난 참 행복합니다.
이영균
헤어지자 벌써 후회가 됩니다.
오늘 또 약속을 어겼습니다.
달빛을 밟을 때마다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중 그녀의 바람을 아는 까닭입니다.
술병이 낳습니다.
유혹은 달고 약속은 희미하기만 합니다.
죄책감은 술자리가 파하고
홀로 남겨져서야 또렷해집니다.
‘변명할까, 거짓부렁을 할까?’
얼굴은 술기운보다 더 붉어지고
머릿속은 멱살잡이 폭군 앞에서 보다
더 복잡하니 빠르게 돌아갑니다.
그녀는 화가 난 채로 침실의 불을 껐나 봅니다.
이 순간만은 저 고요한 야경이 부럽습니다.
양말을 벗고 샤워를 하는 내내
잠든 그녀를 위해서는 소리를 아주 낮게 해야 합니다.
늘 그러했듯 잠든 척 편히 잠들어
아주 편히 아침을 맞도록 말입니다.
그러면 아침 잠결엔 여지없이
나 대신 북어를 패는 화풀이가 들립니다.
상쾌한 아침, 상큼한 그녀를 위해서는
오늘은 일찍 귀가하리라 다짐하며
술국을 맑게 비웁니다.
그녀를 위한 내 사랑이 이러할 때마다
사랑의 간격보다 미움의 정이 더 두터워지는 것 같아
스스로 속상해졌지만
그녀의 맑은 웃음을 지켜 주리라 다짐하며
출근길, 행복해서 콧노래를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