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하여
모든 사람은 결혼을 합니다.
서로의 탄생에 기여한 공이 없고,
서로의 성장에 이바지한 노고가 조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 소녀 시절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사람이 여보 당신으로 등장합니다.
별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서 둘의 만남은 은총이요
거저 받은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각각 부모를 떠나 인격적으로 계약을 맺음으로써
둘이 하나 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인격적인 계약이기에 성실과 신의를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매매계약과는 달리 양도 불가한, 날마다 갱신하고 평생 지속해야 할 계약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남편과 아내라는 신분이면서
부부라는 제도의 새로운 부부 공동 인격에 참여합니다.
그래서 부부는 무촌, 부부일체로서 사회의 요람이요,
사회의 세포조직인 가정을 이룹니다.
사람들은 결혼에 있어서 언제나 사랑을 앞세웁니다.
그래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함께 삶으로서 사랑이 싹트고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하여 결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연애를 모르고 결혼했어도 결혼으로 인하여
지극한 사랑을 가꾸어 온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랑하면 눈이 멀고 결혼하면 눈이 뜨인다는 삶의 지혜를 깨달았습니다.
결혼이라는 현실은 연애 시절의 달콤한 로맨스나
혹은 결혼식장의 찬란한 분위기와는 다릅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환상을 가지고 결혼에 입합니다.
모든 것이 꿈처럼 아름답고 뜻대로 잘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허상이요, 기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각오하는 것과
실제로 바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결혼 전에는 모든 사람의 모든 것은 못되더라도
한 사람의 모든 것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한 사람의 어떤 것도 되기 어렵고
때로는 한 사람의 아무것도 되지 못합니다.
여기에 부부의 고뇌가 있고 불안이 있고 후회가 있고 절망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결혼은 무분별하기 쉬운 사랑을 여과시키고 정화시켜
맑고 깨끗한 상태로 보존하려는 본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부부는 조건 없이 사랑해야 합니다.
부부란 등을 돌리면 타인이므로 늘 가슴을 맞대고 살아야 합니다.
두 사람이 말을 타면 한 사람은 말 엉덩이에 앉아야 된다는 양보와
희생의 아름다움을 실천해야 합니다.
(한누리, 안동 ME 30년사, 2008; 하늘 봉우리, 상주 장애인 복지관, 200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