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한 그루의 프로테아가 있습니다
씨앗 가득 든 열매 소중히 품고
푸른 하늘의 해나 달이나 별도 아니고
벌이나 나비나 산새도 아니고
오로지 벼락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벼락이 떨어져 산불이 나지 않으면
열매를 터뜨려 씨앗을 세상으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속태우며 벼락 기다리기가
몇 일 혹은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병들거나 나이 먹어 죽을 때까지
기다림만 끝없이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때론 사람 하나 만나고 싶을 때 있지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어쩌면 영원토록 기다림만을 계속하다
그대로 영면하게 될지라도 후회 없이,
그 기다림마저 오히려 자랑스러워 할
그런 고집스런 사람
바닥조차 안보일 깊은 쓸쓸함이거나
살다 때론 겪게 될 만난의 어려움이거나
아무나 견딜 수 없는 큰 두려움이거나
또 다른 그 무엇도
그 기다림의 가치보다 크진 않을 거란
믿음을 주는 그런 든든한 사람
마치 프로테아를 닮은 그런 사람